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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

나홀로 놀이공원 나들이를 - 지난 봄에 서울랜드 혼자 소풍 다녀온 후기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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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해 동안

나는 너무나 힘들었는데

그 시간 동안 나를 위한 여행은 고사하고

나들이 한 번 제대로 다녀오지 못했다.

 

여러 일로 스트레스가 심해

전부 다 그만두고 손에서 다 내려놓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누군가의 눈치를 따로 볼 필요 없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지 않고

나를 압박하는 여러 고민에서 벗어나

해방을 만끽하는 그런 날

 

마음이 가는 대로, 발길이 닿는 대로

프리하게 떠나서 돌아다니며

나를 느껴볼 수 있는 그런 시간

 

혼자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거나

지갑 사정이 넉넉해서 쇼핑을 하거나

아니면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너무나도 행복할 것 같은 그런 시간

 

간절하게 느껴보고 싶었다.


그런 충동이 문득 든 건

지난 4월 중순의 어느 목요일

 

나를 압박하는 번아웃과 스트레스로

마음 둘 길 없어

동이 틀 때까지 밤잠을 못 이루다

과감하게 단 하루라도

나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외출을

감행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바탕 때(?)를 밀고 머리를 단정하게 빗고

내가 아끼는 옷을 챙겨 입고

이른 오전도 아닌,

정오가 지난 시간에 떠난

나만의 짧은 나들이

 

어디 바닷가 앞 호텔은 커녕

여관 하나 잡고 떠날 여유나 시간은 없어

대신 그나마 가기 수월한 테마파크인

서울랜드로 갔다.

 

기분 같아서는

T익스프레스가 있는 에버랜드나

후렌치레볼루션이 있는 롯데월드로

가고 싶었지만

그나마 사람이 별로 없고

가기 편한 서울랜드가 제격이었다.

 

이날은

구름 낀 날씨여서 나들이 떠나기엔

안성맞춤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나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다.

 

 

컬러풀한 튤립이랑 제비꽃도 바라보고

아주 오랜만에 코끼리열차도 타보고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장식한

90년대 ~ 2000년대의

노래들을 듣고 흥얼거리며

참 맑고 꿈 많고 순수했던 어린 나를

다시 조우하는 설렘이 몰려왔다.

 

번데기파는 아주머니는 안보여서

나름 아쉽긴 했지만...

 


 

혼자 놀이공원에 간다고 하면

누군가는 이상하게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싶다.

 

솔플의 만렙이라고 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새로운 개념의 청승 떠는 짓이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혼자서 극장에 가고

혼자서 뷔페를 가고

혼자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 등등

싱글플레이에 있어선

누구보다 자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내 삶의 8할을 차지한 외로움 때문에

한때는 힘들어했던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통달(?)을 한 덕인지

상대방 눈치를 보고 맞춰야 할 필요 없고

그저 나 혼자만의 자유와 편안함이 주는

그 느낌을 사랑하기 때문에

누구와 가 아닌, 혼자 보내는 시간이 참 좋다.

 

 

오 세상에...

날이 너무 흐린 데다

입장하는 손님은 별로 없어

무슨 공포영화가 연상이 될 정도로

스산하고 무섭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아무리 홀로 보내는

시간이라고 해도 그렇지

정문 바깥엔 사람이 너무 없어서

혹시 나 혼자 전세 낸 건 아닌가 하는

뻘쭘함까지 몰려왔다.

 

오랫동안 안 와서 어떻게 변했는지도

잘 알지 못했는데

여기 매표소도 다 문 닫혀 있어서

저 귀퉁이에 있는 별도의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해야 했다.

 

 

솔직히 그냥 내 돈 다 주고 오기엔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이 올랐는데

통신사 할인 혜택을 받아서

덜 부담스럽게 입장을 시작

 

옛날에는

무슨 빅3나 빅6도 있었고

자유이용권은 종이로 된 팔찌였었는데

현재는 입장부터 이용까지

모두 올인원으로 하는 걸로

퉁 치는 듯싶다.

 

다행스럽게도

손님이 너무 없는 건 아니라서

나 혼자만의 나들이는

그다지 청승맞아 보이진 않을 것 같다.

 

아, 얼마 만에 떠나보는

나 혼자만의 나들이이자

놀이공원 방문인가?

 

정확하게 테마파크는

에버랜드까지 포함해서

11년 만이고

서울랜드는 17년 만이다.

 

10년이면 강산이 아니라

천지가 변한다는데

도대체 여기는 얼마나 어떻게 바뀌었을까?

 

여기는

서울랜드의 심볼, 지구별

깊은 벅참(?)과 반가움이 몰려왔다.

 

 

이때 찍을 때는 너무 날씨가 흐려서

나오면서 날씨가 좀 맑아졌을 때

다시 한 컷

 

 

어떤 것은 그대로여서 익숙했고

또 한편으로는 변한 것 같은

낯선 분위기를 느꼈다.

 

 

예전에는

학교 소풍으로 제일 자주 왔던 곳 중 하나였고

또 수도권을 대표하는 테마파크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예전과는 달리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이 많이 보이는 듯하고

또 나도 이렇게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추억이, 한편으로는 짠함이

몰려오는 듯했다.

 

 

그렇게 곳곳을 걸어 다니며

예전의 추억도 느끼고

그 시절의 감성에도 흠뻑 빠져보았다.

 

비록 내가 만든 김밥이라든가

샌드위치, 모둠과일은 손에 없었지만

그런 거 만들다가 피로에 지쳐서

뻗어 못 오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그저

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메뉴를 발견하면

사 먹으면 된다.

 

나 홀로 나들이엔

내가 싸 온 도시락은

다 무거운 짐짝이고

그거야 말로 청승이 아닐까 싶다.


너무 오랜만에 왔으니

다시 온 기념으로

도시를 전력질주하는 것 같은

청룡열차, 아니 롤러코스터부터

여러 번 타고 싶었다.

 

 

아... 음...

미리 홈페이지를 확인하고 왔어야 했는데

서울랜드 대표 롤코인 블랙홀 2000이

하필 점검하는 날인지 모르고 온 게 실수였다.

 

아쉽지만

나름 양대산맥(?) 중 하나인

은하열차 888로 향했다.

 

 

진짜 얼마만의 롤러코스터인지...

정말 10년도 훨씬 넘었다.

 

 

이름처럼 8자 같이 생긴

커다란 루프가 2개나 있다.

 

타면서 찍을 순 없을 것 같아서

플랫폼 끝 부분만 사진에 담아보았다.

 

 

전경을 막힘없이 바라볼 수 있는

가장 앞자리를 원했지만

이미 누군가 차지했기 때문에

제일 강력하게 끌려(?) 가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맨 뒷자리를 선택했다.

 

덜커덩 덜커덩 올라가는데

갑자기 심장이 쪼그라드는 기분은 왜일까?

 

나도 나이를 먹은 것일까?

 

속도가 그렇게 빠른 것 같진 않아도 

확 끌려가는 그 기분,

달팽이관이 흔들려 머리가 아픈 기분,

진짜 오랜만에 느껴본다.

 

시원하게 탑승 완료

 


잠깐 휴식 겸 식사 타임,

아침식사도 제대로 못한 상태여서

배가 등에 들러붙을 것 같아

근처에 있는 바른치킨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즐겼다.

 

 

확실히 연세(?)가 드니

기름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심신이 제대로 작동이 안 된다.

 

이왕 혼자 나온 나들이니까

좋은 기름(?)으로 충전을 해볼까?

 

 

오래간만에 밖에서 먹는 치킨

이렇게 바삭하고 맛있어도 되는 건가?

 

이 집 튀김 실력이 좋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배가 고프면 다 맛있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잠시이긴 하지만

나 혼자라는 것에 대한 해방감 때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내겐 중요하진 않았다.

 

누구의 방해 없이

정말 혼자 느끼는 그 여유,

그것이 가장 좋은 소스가 된 것은 아니었을까?


어지러움도 달래고

속도 든든하게 채워 놓았으니

다시 떠나볼까?

 

여기는 라바트위스터

옛날에는 모양도 이름도 달랐던 것 같은데

어린이들 고객이 많으니까

인기 있는 캐릭터 테마로

새로 치장한 듯하다.

 

 

어릴 땐 시시하게 느껴지는 듯했는데

이젠 나도 연세가 드셔서

간이 콩알만 해져서 그런가

아니면 놀이기구가 오랜만이어서 그런가?

그 붕붕 들뜨고 간지러운 느낌이

상당히 무섭게 느껴졌다.

 

이제 나는

동전 넣고 기어가는 놀이기구나

아니면 회전목마만 타야 할까?

 

그래도 잠깐의 그 에어타임,

싫지는 않았다.


또 한참을 돌아다니다

범퍼카도 타고

이번에는 시원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더 무서운

후룸라이드인

급류타기에 도전을 했다.

 

 

놀이공원 혼자 한 두 번 와본 건 아니지만

대부분 후룸라이드는 둘 이상 타곤 하는데

나는 혼자 와서 혼자 타고

정점에서 보트가 미끄러져 내려갈 때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쳐다보는 듯한 기분

진짜 오랜만에 느껴봤다.

 

 

익숙하지만 아직도 낯선 기분...

 

그래도 혼자만의 자유 시간인데

그런 시선쯤 겪어본들 어떠랴?

 

비록 놀이공원이긴 하지만

혼자서 배를 타고 떠나보는 기분,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다음은 놀이공원하면

빠질 수 없는 바이킹

 

큰 각도로 높이 올라가는 동안

무서워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는데

엉덩이랑 심장이 붕붕 들뜨는

바이킹만의 그 아찔한 기분이

참 짜릿하면서도 낯설었는데

그래도 놀이기구 몇 개 탔다고

그새 적응이 된 건지

그 스릴도 자유로 다가왔다.

 


잠시 쉬어가는 타임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사가지고 온

매실주스랑 초콜렛,

놀이공원하면 빠질 수 없는 츄러스를

간식으로 먹으면서

사람들과 주위 풍경을 감상하며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느긋하게 가졌다.

 

 

나는 성격이 참 급한 편이지만

답답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귀하게 얻은 자유 시간이 소중해

더 느긋하게 쉬다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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